라오자주 동상, 프랑스 상트시에 세워지다 — 30만 중국인 목숨 구한 '상하이의 쉰들러'
1937년 상하이 난민구역을 만들어 30만 명을 구한 프랑스 예수회 신부 라오자주. 사망 8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 프랑스 상트시에 동상이 세워졌다. 중·프 우호와 인도주의의 의미를 짚어본다.
1937년 겨울, 상하이 전장 한복판에서 한 프랑스 신부가 총탄을 뚫고 양측 교전 세력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가 만든 '난민 안전구역'은 이후 2년 반 동안 30만 명의 목숨을 건졌다. 2026년 9월, 그의 고향 프랑스 소도시에 2미터 높이의 동상이 세워지면서 잊혀 있던 이름이 다시 국경을 넘어 회자되고 있다. 유럽에서 '상하이의 쉰들러'로 불리는 라오자주(饶家驹)의 이야기가 한국 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핵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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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제막식 개최: 2026년 9월 10일, 라오자주의 생가 앞 프랑스 상트시 공원에서 기념 동상 증정식이 열렸다. 프랑스 우젠민의 친구 협회가 발기하고 프랑스 전망·혁신 재단, 상트시 정부가 공동 주최했으며 상트시 시장, 전 프랑스 총리 라파엘 라팡, 협회 회장 쉬보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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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의 규모와 의미: 동상은 높이 2미터, 무게 200킬로그램으로, 상하이 항전·세계 반파시즘 전쟁 연구회가 30만 상하이 난민 후손을 대표해 라오자주의 고향 사람들에게 증정했다.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구원받은 이들의 감사'를 물리적 형태로 남긴 상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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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구역의 탄생: 1878년 프랑스 샤랑트마리팀주 상트시에서 태어난 라오자주는 1913년 예수회 선교사로 상하이에 왔다. 1937년 11월 제2차 상하이 사변(쑹후 전투) 중 그는 교전 양측을 설득해 팡빈루와 민궈루 사이에 난민 안전구역을 세웠고, 이 구역은 1940년 6월까지 유지되며 누적 30만 명을 보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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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자주 안전구역'이라는 이름: 이 구역은 그의 이름을 따 '라오자주 안전구역'으로 불렸다. 중국 현대사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국제 인도주의 실천의 초기 사례이자, 훗날 난민 보호 제도의 원형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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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에도 이어진 구호 활동: 1940년 프랑스로 돌아간 그는 난민 구호를 계속했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적국이었던 독일 베를린까지 가서 독일 민간인을 구호했다. 상하이사범대학 교수 쑤즈량은 그를 위대한 국제 인도주의자이자 중·프 우호의 상징, 프랑스·독일 화해의 선구자로 평가했다.
제네바 협약에 남긴 유산: 그가 처음 고안한 안전구역 모델은 전후 《제네바 협약》 개정에 직접 영향을 주어 전시 민간인 보호 조항이 추가되는 계기가 됐다. 한 도시의 임시 구역이 국제법으로 확장된 드문 사례다.
80주기 기념의 맥락: 2026년은 라오자주 서거 80주기다. 쉬보 협회 회장은 동상 증정이 '중국인이 가장 어두운 시기에 만난 은인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메시지이자, 그의 인도주의 정신을 알려 세계 평화에 기여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심층 분석
이번 동상 건립은 단순한 추모 행사를 넘어 '기억의 외교'라는 층위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라오자주는 프랑스인으로 태어나 중국에서 활동했고,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어느 한 나라의 영웅담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 이력 자체가 오늘날 유럽과 아시아가 공유할 수 있는 드문 서사다. 특히 미·중 경쟁과 유럽의 대중국 인식 변화가 교차하는 시기에, 민간 차원에서 '인도주의'라는 보편 언어로 양국 관계를 재조명하려는 시도는 상징성이 크다.
한국 독자에게 이 사건은 낯설지만 연결점이 있다. 한국 역시 전쟁과 분단, 난민의 역사를 통과했고, 국제 구호와 인도적 지원을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삼아왔다. 라오자주가 보여준 '중립적 안전구역'이라는 발상은 오늘날 우크라이나, 가자, 수단 등 분쟁 지역에서 다시 절실히 요구되는 해법이다. 즉 이 이야기는 80년 전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인도적 과제의 원형이다.
주목할 점은 기념의 주체다. 정부 간 합의가 아니라 프랑스 우젠민의 친구 협회, 전망·혁신 재단, 지방정부, 그리고 상하이 난민 후손들이 함께 만들었다. 국가 기념비가 아닌 시민 연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높다. 동상이 놓인 곳이 박물관이나 수도가 아니라 그의 생가 앞 소도시 공원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 역사는 종종 변방에서 다시 쓰인다.
향후 전망은 두 갈래다. 하나는 역사 기록의 확장이다. 라오자주 안전구역 연구가 중국·프랑스 학계를 넘어 국제 인도법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하나는 도시 간 교류다. 상하이와 상트시가 인도주의 유산을 매개로 자매도시 협력이나 청소년 교류로 나아간다면, 이번 동상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제도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치적 활용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인도주의는 특정 외교 노선의 홍보 도구로 축소될 때 가장 빠르게 훼손된다.
참고 URL: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340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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